새벽에 3시간 동안 음란물 본 男, 오전 9시에 옆동네 주부 성폭행 시도하고…살해
입력 : 2012.08.22 03:03 | 수정 : 2012.08.22 07:51
새벽 음란물 보다 충동 "잡히면 교도소 가면 돼", 소주 1병 마시고 거리로…
출소 10개월만에 또 범행… 이웃도 성범죄자인 줄 몰라
21일 서울 광진구에 마련된 빈소에서 피해자의 어머니 박모(72)씨가“불쌍한 내 딸이 아무 죄 없이 희생됐다”며 조문객을 끌어안고 통곡하고 있다. /원선우 기자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 서진환은 지난 20일 오전 9시 30분쯤 유치원에 가는 자녀를 바래다주고 서울 광진구 중곡동 집으로 돌아온 이모(37)씨를 성폭행하려다, 피해자가 저항하자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이씨가 문을 잠그지 않고 나갔다는 사실을 알고, 미리 방 안에 들어가 있다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서진환은 이씨의 머리, 옆구리 등을 20번 정도 때린 다음, 이씨가 현관으로 도망가자 뒤따라가 흉기로 목을 찔렀다"고 말했다.
"부부싸움을 하는 것 같다"는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관에서 흉기를 든 피의자를 붙잡았다.
경찰 조사 결과 서진환은 범행 당일 오전 3시쯤 일어났고, 이때부터 약 3시간가량 자신의 컴퓨터로 포르노 사진 등을 봤다. 그는 이날 휴무일이었다. 이후 혼자서 소주 1병을 마신 서진환은 오전 9시쯤 흉기와 청테이프 등을 호주머니에 넣고 거리에 나왔다. 약 1㎞를 걸어 광진구 중곡동에 도착한 그는 이씨를 발견하고 범행을 저질렀다. 그는 "갑자기 충동이 일었고, 잡히면 교도소에 다시 가면 된다는 심정이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20일 서울 광진구에서 성폭행을 하려다 여성이 반항하자 흉기로 살해한 서진환의 발목에 채워져 있는 전자발찌와 휴대용 위치추적장치. /서울 광진경찰서 제공

피의자 서씨의 성폭행 전과는 모두 세 차례다. 경찰관계자는 "서씨는 한 달에 3~4차례 성매매를 하면서 욕구를 해결했다고 진술했다"면서 "그의 컴퓨터에는 음란 동영상과 사진 등이 가득했다"고 말했다. 그는 출소 이후 서울 면목동 일대에 거주했지만, 주민들은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딸을 키우고 있다는 주민 김모(여·38)씨는 "주부끼리 모임 같은 걸 하거나 길에서 만나면 '어느 동네 어디서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다'는 식으로 성범죄자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지만, 그의 정체를 몰랐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에서 불과 100m 정도 떨어진 중곡3치안센터의 한 경찰관은 "검거 당시 피의자가 전자발찌를 찬 줄은 몰랐다"고 했다. 광진경찰서 관계자는 "법무부 보호관찰소가 피의자의 동선을 파악하는 것으로 아는데, 당일 '주거지를 이탈했다' 등 어떠한 통보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숨진 이씨의 남편 박모(40)씨는 "국가가 원망스럽다. 어떻게 전자발찌를 찬 성폭행범이 아침부터 사람을 죽일 수가 있느냐"고 말했다.
전자발찌 부착 대상자 정보… 법무부, 경찰과 공유 안 해
피의자 서진환은 범행 당시 위치추적전자장치(전자발찌)를 착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이웃 동네 주택에 침입해 범행을 저지르는 동안 전자발찌는 사실상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다.
법원은 2004년 성폭행을 저지른 서씨가 출소를 두 달 앞둔 작년 8월 그에게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내리면서 범죄 치료 프로그램을 이수하라는 내용을 특별 준수사항으로 부과했다. 야간 외출 제한이나 특정인에게 접근하지 말라는 접근 금지 명령은 없었다.
그러나 법원이 이런 명령을 내렸더라도 현행 '전자발찌'제도로는 서씨가 이날 저지른 범죄를 사실상 막을 수가 없다.
전자발찌 착용자들은 법무부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가 동선을 감시한다. 센터에선 발찌 착용자가 발찌를 훼손하거나 접근 금지 구역에 들어갔을 때 '경보음'이 울리고, 센터는 이때 경찰에 신고해 해당 착용자를 검거하는 수순에 들어가게 된다. 발찌 착용자의 정보는 법적으로 법무부와 경찰이 공유하게 돼 있지 않다.
전자발찌 착용자가 저지르는 '사고'는 최근 잇따르고 있다. 지난 2일 40대 남성이 60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붙잡혔고 지난 3월엔 김모씨가 다른 여성을 성폭행하려던 혐의로 기소됐다. 작년 11월엔 성범죄로 6년 복역하고 출소한 40대 남성이 전자발찌를 찬 채 친동생의 부인을 성폭행하려다 구속됐다. 법무부는 "위치추적법을 개정해 발찌 착용자 정보를 경찰과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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