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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사 첫 여생도 수석졸업… 각군 사관학교 이색 졸업생 눈길

soongmc 2012. 2. 25.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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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02.24 18:29 | 수정 : 2012.02.25 04:44

윤가희 생도
육군사관학교 창설 66년 만에 처음으로 여생도가 수석졸업의 영예를 안는 등 올해 각군 사관학교를 졸업하는 생도들의 독특한 이력이 화제다.

24일 열린 육사 졸업식에서는 윤가희 생도(24)가 수석 졸업의 영광을 차지했다. 1998년 여생도를 처음 선발한 이래 여생도가 수석을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가희 생도는 육사 창설 66년 만에 첫 여생도 수석 졸업생이 됐다.

윤가희 생도는 대구외국어고를 졸업하고 재수 끝에 육사에 입학했다. 당시 한살 아래인 친동생 윤준혁 생도와 동반입학하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남매는 4년간의 생도 생활을 우수한 성적으로 마치고 함께 육군 장교의 길을 걷게 됐다.

윤가희 생도는 오는 28일 계룡대에서 열리는 합동 임관식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할 예정이다. 동생 윤준혁 생도 역시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식날 우등상(베네수엘라 육군총사령관상)을 수상했다. 윤가희 생도는 "남매가 함께 생도생활을 하면서 서로 의지가 많이 됐다"며 "초심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해 선배들의 뒤를 잇는 자랑스러운 후배가 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해군사관학교 졸업생 중에는 해사 첫 외국인 수탁생인 카자흐스탄 카파쇼프 아스카르 켄디르베쿨(25) 생도가 화제다.

아스카르 생도는 카자흐스탄 국방부 군사외국어대학교에 입학해 지리학을 공부하면서 한국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해사에 입교했다.

아스카르 생도는 "처음에는 한국음식과 문화에 익숙하지 않아 언어도 배우기 힘들어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걱정했다"면서 "지난 4년 동안 주변에서 도움을 많이 줘서 빨리 적응할 수 있었고 졸업의 영광을 안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스카르 생도는 졸업후 카자흐스탄으로 돌아가 해군장교의 길을 걷는다.

공군사관학교 졸업생 가운데는 공사 출신 아버지의 뒤를 이어 공군 장교의 길을 선택한 생도가 눈길을 끌었다.

F-4E 팬텀 조종사였던 은진기 예비역 중령(공사 26기)의 아들인 은석준 생도(24)는 어렸을 때부터 조종복을 입은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조종사의 꿈을 꿨다.

은석준 생도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조종사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어 기쁘다"면서 "전투기를 타고 대한민국의 하늘을 지킬 수 있는 그 날을 꿈꾸며 비행훈련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정중구 예비역 중령(공사 30기)의 아들 정우철 생도(26) 역시 공군 비행단에서 자라며 자연스럽게 조종사의 꿈을 키웠다. 공사 입시에 두 차례 낙방한 정우철 생도는 아버지의 격려와 응원 속에 세 번의 도전 끝에 공군 조종사의 꿈을 이어갈 수 있었다.

정우철 생도는 "어렵게 얻은 기회인만큼 혼신의 힘을 다해 반드시 조종사가 되어 조국의 하늘을 지키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한편 이날 육·해·공군 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육군은 68기 199명(여생도 20명), 공군은 60기 148명(여생도 14명), 해군은 66기 130명(여생도 14명)이 졸업장을 받았다. 이들은 오는 28일 계룡대에서 열리는 합동임관식에서 소위로 임관한다.

 

입력 : 2012.02.25 03:05

24세 윤가희 생도의 집념 - 동기 중 체구 제일 작은데도 진통제 먹어가며 유격훈련, 15등 한 남동생과 함께 졸업

2010년 8월 어느 날 밤, 윤가희(24·68기) 육사 생도는 전라남도의 한 야산을 걷고 있었다. 3학년 유격 훈련의 마지막 코스였던 '도피 및 탈출 훈련'의 일환이었다. 윤 생도는 칠흑 같은 어둠을 절뚝거리며 헤쳐나가야 했다. 유격 훈련 도중 오른쪽 발목을 다쳤기 때문이다. 교관들이 "상태가 나쁘니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윤 생도는 2시간마다 진통제를 먹어가며 걷고 또 걸었다. 윤 생도는 8시간 동안 약 20㎞를 이동한 끝에 아침 7시 목적지인 동복유격장에 도착했다. "임무를 무사히 완수했다는 안도감에 눈물이 나더라고요. 함께했던 여생도들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윤 생도는 24일 육사 68기 졸업식에서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생 199명(여생도 20명)을 대표해 김상기 육군참모총장으로부터 학위증을 받았다. 1946년 설립된 육사에서 여생도가 수석 졸업을 한 것은 1998년 여생도를 모집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윤 생도는 28일 계룡대에서 열리는 장교 합동 임관식 때 대통령상을 받는다.

윤 생도는 2007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고려대 영어교육학과에 지원했다가 떨어졌고, 이듬해 육사를 택했다. "육사 출신인 아버지 친구분의 권유에 따른 결정"이라고 했다.

윤 생도에게 학과 공부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한다. 시험만 보면 거의 1등을 독차지했다. 문제는 군사훈련과 체력 점수였다. 윤 생도는 키 159㎝ 몸무게 52㎏으로, 동기 여생도 중 가장 작다. 신발 크기가 225㎜로 발도 작아 발목을 자주 다쳤다고 한다. 윤 생도와 함께 육사에 입교한 1년 터울 남동생 준혁(23) 생도는 "그렇게 버티기 힘든데, 다른 길을 찾아보는 게 어떠냐"고 누나를 말리기도 했다고 한다.

24일 육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여생도 사상 처음으로 수석 졸업의 영광을 차지한 윤가희 생도(24·왼쪽)가 1년 터울 남동생 윤준혁(23) 생도와 주먹을 쥐고 환하게 웃고 있다. /육군사관학교 제공
군 관계자는 "해사·공사에 비해 육사는 군사훈련과 체력 부문 비중이 높아 여생도가 우등상을 받는 게 쉽지 않다"며 "그래서 여성 수석 입학자는 있었지만, 수석 졸업자가 없었다"고 했다. 해사에선 2004년 여생도 수석 졸업자가 나온 이래 여생도 총 5명이 1등으로 졸업했다. 공사는 2003년 이후 여생도 수석 졸업자가 총 4명 나왔다.

윤 생도는 "작다고 무시당할 순 없었다"며 "오르막길을 뛰고 또 뛰면서 체력을 길렀다"고 했다.

1학년을 마쳤을 때 윤 생도에게 "체력이 약하다"고 지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4학년까지 매년 누적 성적 1등을 차지해 '일가희'라는 별명이 붙었다. 1학년 때 윤 생도를 위로했던 동생 준혁 생도는 전체 15등으로, 베네수엘라 육군총사령관상을 받게 됐다.

윤 생도는 정보병과를 택했다. 그는 "육사에서 4년 공부하면서 국방 정보력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됐다"며 "적에 대해 먼저 알고 승리할 수 있는 전투형 강군이 되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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