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에서 주최한 일명 ‘도전! 김여사 탈출기’는 여성 운전자 1200만명 시대를 맞아 여성 운전자들을 위해 마련된 의미 있는 교육 행사다. 운전대를 잡을 수 있는 여성들이라면 솔깃할만한 프로그램으로 특히 장롱면허를 가진 많은 여성들이 관심을 갖고 도전했다.
기자는 이번 교육 행사를 취재하며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다양한 교육들을 직접 체험했다. 지난번 교육 프로그램 소개 기사에 이어 이번에는 체험기 성격으로 소개해 본다.
이틀간 진행되는 행사 첫날, 포털사이트 다음의 자동차 섹션 이벤트를 통해 당첨된 인원 40명이 서울역에 모였다.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인 상주에서의 스텝2 ‘안전하고 친환경(에코) 운전하기’ 라는 프로그램을 교육받기 위해서다.
아침부터 비가 온다고 한다. 이 비는 전국적으로 내려 프로그램이 끝나는 다음날까지도 이어질 전망. 상주로 가는 버스의 차창에도 조금씩 빗방울이 흩날려 부딪힌다. 참여자 대부분은 처음 만난 사이지만 그 중 절반가량은 몇 달 전 미사리에서 실시한 스텝1 교육을 받았던 이들로 다시 만난 자리가 더없이 반가워 보인다.
현대차 관계자의 진행 하에 버스에서 돌아가며 자기소개를 한다. 참여한 이들의 연령대는 다양하다. 젊은 엄마와 골드 미스, 40대 전문직 여성이나 전업 주부도 있다. 운전을 하고 싶지만 적당한 기회를 만들지 못해 마냥 미뤄두거나 다시 시작할 방법을 찾지 못한 사람들부터 운전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초보 운전자까지. 모두들 김여사 탈출을 위한 비장한 각오로 1박 2일의 시간을 내었다.
상주의 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 교육센터에 도착한 시점은 늦은 점심시간. 센터 내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2인 1실로 지정된 숙소에 짐을 풀어놓는다. 그리고 바로 시작된 교수진 소개 및 교육, 지정된 노란색 조끼를 입고 교육생으로서의 자세를 갖춘다.
첫 번째 교육은 제동거리 체험으로 버스를 타고 급제동에 따른 충격을 느껴보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급제동이라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심하면 목숨까지 앗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한다. 급제동에 따른 체험은 예상치 못한 스릴감을 준다. 몇몇은 웃으면서 속력을 내려는 강사를 저지하기도 한다. 기자도 가상의 급제동을 경험해 본 것은 처음이라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버스의 뒷자리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었지만 급제동에 따른 충격이 심리적으로 얼마나 불안감을 주며 100km/h 정도의 속도에서는 어떤 상황이 올 지 예측해보게 된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누가 어디서 어떻게 급제동 상황을 만나지 말란 법이 있을까. 특히 좁은 도로나 골목에서는 더더욱 저속 안전운행이 필요함을 느끼는 경험이다.
다음은 빙판길 및 빗길을 체험하러 가는 시간. 때마침 흐리던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실제로 비가 오려는 것이다. 버스는 그대로 장소를 옮겨 시속 40km/h의 속도로 빗길을 달려간다. 곡선으로 연결된 빗길을 그대로 도는 순간, 미끄러져 차선을 이탈하는 버스. 버스에 탄 사람들 모두 놀라서 겁에 질린다. 그런 상황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여러 번 진행한다. 빗길에서 미끄러진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느끼며 새삼 비오는 날의 운전에 대한 위험성을 상기했다.
빗길 체험은 중요한 부분이라 4인 1조가 되어 번갈아가면서 직접 운전하며 한 바퀴씩 돌아보게 된다. 40km/h의 속도로 긴 코너를 도는 순간, 기자도 역시 미끄러진다. 방향감각을 다시 찾기까지 핸들을 몇 번이나 돌렸는지 모른다. 실제상황이라면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체득하는 값진 시간이었다.
이번에는 안전벨트의 중요성을 인지하기 위해 실습 교수가 운전하는 차의 뒷좌석에 탑승해 안전벨트 착용시와 미착용시의 상황을 체험한다. 안전벨트 미착용시에는 가르쳐 준대로 무릎을 모으고 엉덩이와 허리가 시트 깊숙히 닿게 앉은 다음 양 손등이 얼굴로 향하게 해서 코앞으로 모은다.
저속에서의 급제동, 안전띠 효과 체험은 안전벨트 착용을 자주 잊어버리는 뒷좌석 탑승자들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는가를 체험하는 것으로 안전띠의 중요성을 실제로 자각하고 인식할 수 있다. 뒷자리니까 괜찮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 앞좌석보다 더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안전띠는 생명띠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교통안전 교육센터에서 반드시 빼먹지 말아야할 부분은 에코 드라이빙. 배출가스를 줄이고 연료를 절감하며 안전운전을 생활화하는 친환경 경제운전을 21세기 녹색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범국민적인 실천 운동을 통해 전개해 나가자는 것에 그 의의가 있다.
이번 도전! 김여사 탈출기 시즌2의 참여자들도 에코 드라이빙을 체험하기 위해 첫째 날은 습관 주행부터 체크하기로 한다. 정해진 코스를 평소 운전 습관대로 주행하고, 둘째 날에는 에코 드라이빙 교육 후 주행한 다음 각각의 연비를 비교하는 것. 각자의 SD카드에 기록된 교육 전과 교육 후의 연비차가 많이 나는 두 명에게는 소정의 선물을 준다.
참여자들 중에는 시즌1 교육 후 어느 정도 운전에 자신감이 생긴 이들도 있지만 왕초보도 있는 편. 때문에 기본적인 슬라럼 코스 및 주차 교육도 함께 진행한다. 저녁시간이 다 되어가 어둠이 깔리기 직전까지 김여사들의 연습과 실전은 계속 진행된다.
빗줄기는 저녁 무렵이 되면서 더 굵어지기 시작한다. 때마침 저녁식사 시간이 되어 다행이라 여기며 교육센터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식당으로 간다. 버스에 오른 모두가 조용하다. 서서히 잠이 들어버린 것이다.
식사 후 첫째 날의 마지막 교육인 야간학습이 이어진다. 이 학습은 초보 운전자에게 매우 중요하며 일반 운전면허 시험장에서는 체험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초보 운전자들이 연습 삼아 한밤 중 차를 몰고 밖으로 나갈 수는 없는 일. 이구동성으로 기다리고 기다리던 교육학습이라며 피곤한 줄도 모르고 계속되는 이론 수업에 귀를 기울인다.
이후 3인 1조로 차를 타고 돌아본 코스와 버스를 타고 함께 돌아본 코스. 야간에는 교통사고 확률이 훨씬 높기 때문에 보다 안전한 주행이 필요하다. 착시현상으로 생기는 위험요소도 많으므로 천천히 도로를 살피며 상향등을 적절히 활용하고 안전거리를 최대한 유지하는 게 중요. 운행 전엔 차량점검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 9시가 넘어서야 끝난 교육. 긴 하루의 끝이 풀벌레 소리도 아직 이른 6월, 상주에서 검게 물들고 있다.
둘째 날은 에코 드라이빙 이론 교육부터 시작이다. 에코 드라이빙의 기본은 급출발, 급가속, 급정지를 하지 않는 것이다. 고속도로 주행시에는 100km/h 이상의 속도를 내지 않고, 도심에서는 평균 60km/h로 정속 주행하며 앞 차와의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것. 별거 아닌 것 같은 습관들이 실제 연료를 절감하며 환경을 바꾸고 세계적인 녹색운동을 실천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론 교육 후에는 어제의 코스를 에코 드라이빙 교육 방법대로 진행해 본다.
아울러 타이어 및 자동차 점검과 관련된 기본 사항들을 교육한다. 타이어 공기압 체크와 마모 상태 점검 방법, 엔진오일 교환 등 누군가 알려주지 않으면 간과할 만한 사항들을 꼼꼼하게 알려주며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다.
상주에서의 1박 2일 교육 프로그램이 끝났다. 마지막으로 스텝2 ‘안전하고 친환경(에코) 운전하기’의 연비왕 두 명을 뽑을 차례. 1등은 부산에서 참여한 배순옥(57)씨로 높은 연령대 중 한 명, 2등은 세종시에서 어머니와 함께 참여한 강나경(25)씨로 참여자들 중 가장 어린 나이다. 더불어 참여한 모든 이들에게는 교통안전공단에서 발급하는 수료증을 지급한다.
누군가에게는 길거나 짧게 지나간 1박 2일의 시간. 운전 못하는 여성 운전자들을 일컬어 일명 ‘김여사’ 라고 부르는 데에는 적잖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여성들을 위해 마련된 특별한 운전 교육 프로그램이나 직접 체험하고 습득할 수 있는 활용 장소가 없기 때문은 아닐까. 여러모로 성숙하지 못한 교통 문화 때문일지도 모른다.
실제 여성 운전자들이 많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요소와 여성 운전자들을 바라보는 편견 등이 만들어낸 김여사라는 통칭. 그런 분위기 속에 여성들의 운전면허는 형식적인 장롱면허가 되기 일쑤였고, 아무도 그 면허증을 꺼내 활용할 수 있는 길을 만들지 않았다. 그러나 자동차로 인한 편리함과 운전의 즐거움은 모두가 느끼는 것. 무엇보다 여성 운전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교통안전에 대한 인식이 중요하겠지만, 더 나은 선진 교통문화를 만들기 위해서 여성들을 위한 운전 교육이 보다 활발하게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글, 사진 / 박민영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