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1.17 22:06
한(漢)나라 경제(景帝)는 어릴 적 스승 석분(石奮)을 높은 관직에 앉혔다. 그의 아들 넷도 녹봉 2000석을 받는 지위까지 올랐다. 경제는 "석분과 아들들이 2000석씩 녹을 받으니 합하면 만(萬)석이로군" 하면서 그를 '만석군(萬石君)'이라 불렀다. 요즘 중국에선 재산이 1000만위안(18억원) 넘는 부자를 만석군이라고 부른다. 부자를 연구하는 후룬(胡潤)연구소는 만석군 4대 직업으로 부동산투자자, 기업주, 주식투자자, 고액 연봉자를 꼽았다.
▶백만장자(millionaire)라는 말은 18세기 프랑스에서 '백만프랑'을 가진 부자를 가리키면서 처음 썼다. 투자은행 메릴린치가 매년 내는 보고서 '월드 웰스 리포트'는 부자의 기준을 '1차 주거용 부동산을 뺀 자산 순가치가 100만달러 이상인 개인'으로 정했다. 2009년 이 기준에 맞는 부자가 세계에 1000만명, 우리나라엔 13만명이었다.
▶우리 부자는 예로부터 땅을 중시했다. KB금융 경영연구소는 최근 보고서 '한국부자연구'에서 조선 중엽 해남 윤씨 가문이 간척으로 새로운 땅을 만들어 부를 쌓았던 사실을 그 예(例)로 꼽았다. 1950년대 삼양사 같은 기업이 큰 농장을 경영한 것도 땅과 관련있다고 보았다. 지금 한국에서 자산 순위 1% 부자는 평균 32억3000만원어치 부동산을 가졌다. 나머지 사람들이 가진 평균 부동산보다 18배 많다. 이들은 대개 기업인, 전문직 종사자, 자영업자들이다.
▶지난해 '월가(街)를 점령하라' 시위대는 '탐욕스러운 1%'라며 금융자본가를 공격했다. 그러나 미국의 상위 1% 소득자 중에 가장 많은 직업은 의사라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연간 가구소득이 38만달러 넘는 1% 중에 의사가 19만명이고 금융 매니저는 5만명이었다. 시위대의 과녁이 상당히 빗나간 셈이다.
▶경제학에서는 흔히 '난쟁이 행진'이라는 우화로 빈부격차를 설명한다. 영국인들이 가진 재산을 키로 바꾼 뒤 키 순서대로 줄을 세워 행진시켰다. 그랬더니 맨 앞사람은 너무 작아 보이지도 않고, 그 뒤로 난쟁이들이 길게 이어지다 마지막에 머리가 구름 위에서 노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만큼 1%와 99% 사이 격차가 크다는 얘기다. '머리가 구름 위에 있는' 사람 중엔 비(非)금융권 회사 임직원, 의사, 법조인, 연예인, 프로스포츠선수도 많다. 부자도 생각보다 다양하고, 욕 먹기엔 억울한 부자도 많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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