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물 수입대국?

농축산물·공산품 수입 때 재배·제조에 투입된 물도 계산… 매년 15~50㎦ '가상 물' 수입

"대한민국은 중동, 북아프리카와 같은 세계 최대의 물 수입국이다."

지난 13일 네덜란드 트벤테대 연구진은 1996~2005년 사이 전 세계 물소비 동향을 분석한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 발표 논문에서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사막도 아닌 우리나라가 그렇게 많은 물을 수입한 것이 사실일까.

비밀은 농축산물과 공산품 수입에 있다. 연구진은 특정 공산품이나 농축산물을 제조하고 재배하는 데 드는 물을 '가상 물(virtual water)'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를테면 옥수수 1t을 수입한다면 그만큼의 옥수수를 재배하는 데 드는 물도 함께 수입하는 것으로 계산하는 식이다. 이렇게 수입되는 가상 물은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물의 2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분석에서 우리나라는 매년 15~50㎦의 가상 물을 수입해, 멕시코·유럽·북아프리카·중동·일본과 함께 대표적인 가상 물 수입국으로 분류됐다. 주요 농축산물 수출국인 미국·남미·인도·호주는 대표적인 가상 물 수출국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인류는 한 해 9087㎦의 물을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정도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전체를 21.4m 깊이로 잠기게 할 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