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8일
<프롤로그>
6월 7일 밤 11시 명동역 4번 출구에서 버스를 기다린다.
못 알아먹을 딴 나라 말을 하는 외국인들이 자주 스쳐 지나간다.
여기가 한국 맞는겨?
순간 헷갈리기도 했지만, 어쨌거나 버스는 예정대로 11시 15분에 도착했다.
자정을 넘긴 시각 8일 01시 40분 설악휴게소 식당 상황이다.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버스의 승객들이 한 차례 빠져나갔는데도,
우리 보다 뒤에 도착한 버스의 승객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칠천냥 지불하고 황태해장국을 받아들었다.
왠만하면 아침도 안먹는 내가,
오밤중에 밥을 다 먹다니, 대간길 무서운줄 깨닫는 가 보다.
휴게소 마당을 보니,
28인승 두대를 포함하여 버스가 8대, 마이크로버스가 1대
햐아!
어둠컴컴한 이 밤에 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속속들이 설악의 품으로 빨려 들어가겠지.
<소공원 유랑>
어라?
뜬금없이 갑자기 대청봉 이정표여?
사정은 이랬다.
어제 많은 비가 내려 오늘 새벽을 기해 공룡능선을 통제한단다.
그러다 보니 공룡능선 진입지점인 마등령으로 연결되는 미시령에
국공직원이 나와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요리 조리 궁리해봐도 별 수 없다.
대안을 찾아봐도 뭐 뾰족한 수도 없고,
.
.
밥 잘 먹고, 든든한 발걸음으로 대간2차 구간을 걸어야 했는데
설악동 소공원 매표소에 덩그러니 떨어졌다.
매표소에서 그리도 내기 싫은 입장료(말이 좋아 문화재 관람료) 거금 삼천오백냥 투척하고
컴컴한 어둠속으로 스며들었다.
앞서 가던 한명은 비선대 방향으로 사라지고,
또다른 두명은 비룡폭포쪽으로 사라져 갔다.
이십여분을 넘게 홀로 어둠의 공포속에 발걸음을 이어가며,
누군가 따라오나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뭔 ♪미아리 눈물고개도 아니고♬
새녘대장님과 다른 두명의 산우가 나타났다.
이제 외로움은 끝났다 싶었는데,
허이구 저 발걸음 좀 보소. 발다닥이 안보여;;;
불나케 쫒아간다.
계조암 석굴이 홀로 불밝히고 있다. [04시 23분]
희미하게 운해가 구별되며 몽환적 분위기가 연출된다.
계단을 오르며 숨이 차고 헐레벌떡 거리지만,
발걸음을 쉬이 멈출 수가 없다.
어자피 오른 산길, 일출은 놓칠 수 없지 않겠는가.
일출 시간이 대략 05시 전후라면,
적어도 10여분 전에는 동해를 바라보고 있어야 되겠지.
어둠이 서서히 밀려나며 아름 다운 노송의 자태가 드러나고
서서히 날이 밝아오고 있다.
운해가 거대한 암벽을 동양화처럼 에워싼다.
올라가야할 계단은 끝도 없이 하늘을 향해 뻗어 있다.
헉, 헉, 헉, 일출까지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날이 밝아오지만 운해가 잔뜩 낀 날씨에 일출을 구경할 수 있을까하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정상 암봉 뒷편 동해쪽이다.
여기는 어젯밤에도 비가 내렸는지 데크바닥은 물기를 머금었고,
난간대 너머로는 도대체 조망되는 게 없다.
붉게 물들어야할 동쪽 하늘은
전혀 기색이 없고,
기념 사진 한장 남긴 후
실망 가득 안고 자리를 옮긴다.
풍화혈이 있는 조망처로 이동했다.
여기서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
딱히 급할 것도 없고, 정해진 스케줄이 있는 것도 아니다.
새녘대장님에게 부탁해 기념사진 하나 더 남겼다.
이렇게 후에 보니 신선놀이 삼매경이다.
새녘대장님 뭘 열심히 담으시나 했더니
옹달샘인가 보네.
일출광경은 포기하고 내려가려는데
멀리 구름을 뚫고 솟아오르는 아침 해의 찬란한 빛이
산야를 붉게 물들이기 시작한다. [08시 18분]
울산바위 서봉이 먼저 운해를 탈출하고
그 허리춤 아래로 구름을 가두어 놓았다.
지난 주 올랐던 신선봉과 상봉의 모습이 그 오른쪽으로 보이고
오늘 가려했던 황철봉의 너덜겅이 모래성처럼 조망된다.
대청봉 아래 운무는 춤을 추고
봉우리 봉우리 마다 아침 햇살에 맑은 웃음 가득하다.
환상적인 이 광경을 어떤 미사여구로 표현할 수 있으랴
정상 조망바위에서도
산우들이 떠날 줄을 모르고 환호성을 올리고 있다.
서서히 운해는 사라져 간다.
미시령으로 연결된 도로도 물줄기 흐르는 듯 유유히 흘러내리고,
상봉아래 성인대도 그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숲은 온통 푸르름으로 짙게짙게 물들고 있다.
데크계단 뒤로 도봉산 선인봉의 선인처럼 올려진 바위가
설악동을 내려보고 있는 것처럼,
볼만큼 보고 느낄 만큼 느꼈으니 이제 정상을 떠나도 아쉬움 없다.
정상 암봉 사이에 핀 참조팝꽃.
무리지어 피어있고, 일부는 시들기 시작해 누렇게 변해가고 있다.
세월은 그렇게 흘러감을 새삼 느끼게 한다.
데크계단을 내려서며,
햇살로 붉거나 노랗게 물든 울산바위를 다시 한번 바라본다.
올라올 때 앞서던 그 모습 그대로 세분이 앞장선다.
조망처에서 올려다 본 울산바위 동봉
울산바위 서봉 방향
계조암으로 내려왔다. [05시 57분]
와우암에 얹혀진 흔들바위.
간간이 '등산객들에게 떠밀려 굴러 떨어졌다'는
가짜 뉴스로 웃음을 선사하기까지 한다.
뒷쪽 요사체를 돌아
송림숲에서 달마봉으로 연결되는 산길이 있지만,
여기도 금줄과 통제초소가 있는데
항상 지키고 있는지 어쩐지는 국가 기밀이다.
어쨌든 난 거길 넘어서 온 적이 있다.
이 글을 빌어 자수하고 광명 찾을란다.
많은 비가 온 덕에 유수량이 풍부하다.
그렇다면 비룡폭포와 토왕성폭포도 볼만 하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거기도 가보자꾸나.
데크로드를 따라 걷기도 하고, 포도를 걷기도 하고,,,
소공원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권금성 머리위로도 햇빛이 쏟아지고 있다.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다.
가보지 못한 곳은 항상 유토피아처럼 느껴지고
멋지고 황홀하고 그런 상상을 불러 일으킨다.
안양암 [06시 28분]
특이하게 한글로 '법당' 현판을 달아 놓았다.
이 곳 근처 어디서도 달마봉으로 연결된 길이 있다는데~
난 모른다.
소공원 평지로 접어들었다.
백두대간 하면서 이런 운치를 느끼다니~
아이러니 하다.
숲 사이로 마등령과 세존봉을 살짝 당겨왔다.
저기 저 능선을 걷고 있어야 했는데~.
자꾸만 자꾸만 밀려드는 아쉬움은 언제 망각의 언저리로 달아날런지~
다리를 건너면 비선대 방향.
4년전, 여길 건너 공룡을 넘고,
태풍의 영향으로 천불동 길이 통제되어, 강제 대청봉 산행 후
오색으로 탈출했던 쓰디쓴 기억을 소환해 본다.
삼천오백냥의 효과
투척했으니 맘껏 봐도 누가 뭐라지 못하지!
요리보고 조리보고, 보고 또 보고 본전 빼자.
요즘 유행하는 템뿔스테이 인 듯 하다.
현판을 봤어야 하는데
지금 설명을 하려고 보니 현판이 삐닥하게 보여 알 수가 없다.
이런 답답할 노릇이 있나
소공원 설악산지구 전적비 앞 광장에서 권금성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한다.
아침 일곱시도 채 되지 않은 시간이니,
남는 게 시간이다.
곡차 타임 ! 걸쭉한 게 기가 막히게 넘어간다.
평상시 같으면 이른 새벽이라고 해도 될 이 시간에
곡차타령이라니;;;
그래서 산에 오면 좋은 거다.
노적봉과 권금성 화채능선의 암봉들을 감상하며
저 곳으로 향한다.
노적봉 뒷편 아래 토왕성 폭포 전망대가 있다.
쌍천에 걸쳐진 비룡교를 건너서 좌틀한다. [07시 18분]
멀리 저항령으로부터 흘러온 물줄기
천불동에서도 흘러내려 신흥사 앞에서 합수된다.
그래서 쌍천이다.
평지 숲길을 산보하듯 걷고
소공원주차장 1.6km, 비룡폭포 0.8km, 토왕성폭포전망대 1.2km
이정표 옆 비룡폭포제1지킴터와 화장실이 있는 넓은 공터를 지나
오름길로 접어든다. [07시32분]
역시나 앞에 3인조 선두
조으다 !
멋지다!
목교와 데크계단 그리고 출렁다리(육담교)
마치 세트장을 만들어 놓은 듯한 구조속으로 접어든다.
장관이다!
아주 먼 옛날
수학여행 왔을 때, 들었던 설명이 있다.
아마 요 쯤 인거 같다.
선녀탕 머시기 그러면서, '명주실 한타래를 다 풀어도 끝이 없이 깊다'는 썰!
그래도 ;;; 조으다 !
길이 43m의 육담교에서 바라본 육담폭포.
여기가 릿지산행 통로
솜다리의 추억. 별을따는 소년들 등의 릿지길로 향하는 길목이다.
이 곳을 지키느라 다리 건너편에 지킴터 초소가 있다.
비룡폭포 입구의 지킴터
비룡폭포
폭포의 높이는 16m, 폭포 경사도는 44° 폭포가 위치한 고도는 370m, 폭호의 너비는 16m이다
토왕성폭포전망대 까지는 비룡폭포로 부터 400여 미터 거리에
900개가 넘는 계단을 올라야한다.
계단오름길에 달마봉 암봉이 보인다.
폭포를 둘러싼 석가봉·노적봉·문주봉·보현봉·문필봉 일대가 첨예한 급경사면을 이루고
병풍처럼 둘러싼 바위벽 한가운데로 폭포수가 3단을 이루면서 떨어지는 모습이 절경이며,
상단150m, 중단80m, 하단90m로 총 길이가 320m에 이르는 연폭으로 물이 떨어지는 소리도 웅장하다.
폭포의 물은 토왕골을 흘러 비룡폭포와 육담폭포가 합류 쌍천(雙川)으로 흐른다.
<다음백과> 펌
새녘대장님은 여기서도 사진봉사에 심혈을 기울이고;;;
토왕성폭포 조망
님은 먼 곳에, 너무 먼 곳에 있어 아쉽지만
품에 두고 볼 수는 없는 일.
햐아!
이런 멋진 분재송이 있다니;;;
노송뒤로 암릉이 물결치듯 아름답다.
900개가 넘는 계단을 내려오려니 현기증이 일어났나?
왜 이리 빌빌 꼬였지?
다리를 건너는 국공직원과 비룡폭포제2지킴터
먼 뒤로 보이는 봉우리 안쪽으로 토왕성폭포가 있다.
제1지킴터 화장실로 내려왔다. [08시 53분]
비룡교를 건너기 전 명상의 숲 근처의 출입금지 표지판
궁금해서 병날 것 같아 슬그머니 들어가 보니, 감시 카메라와 방송시설.
오색에서 점봉산으로 스며들던 그 새벽에
나를 깜딱 놀래켰던 녀석과 형제지간이다.
후다닥 뛰어나와 케이블카를 타려 했더니,
이게 무슨 시추에이션?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였다.
포기하고 명상의 숲으로 되돌아 간다.
비룡교 앞 식당에서 옥시기 곡차 사고~
케이블카 대기하는 선택된 백성들
쌍천을 세번째 건넌다.
출근길도 아니고~
뒤로 보이는 멋진 그림으로 위안을 삼고'''
명상길 입장.
백두대간길 어드메뇨, 힐링산책의 여유로움
명상길 마지막 부근 명상의 공간까지 진행하고.
신흥사쪽으로 징검다리를 건너는 가족의 모습이 보이는데,
등산화 벗고 건너기에 머쓱할 것 같아
되돌아 내려간다.
대불이 보이는 냇가에 앉아 곡차타령 울리며,
탁족하고 도 닦는다.
소공원으로 돌아나오니
식당가에서 새녘대장님이 부른다.
어디에서 누군가가 무슨 일이 생기면~
그건 먹고놀자 !
집에 가자 [12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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