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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새뚝이

soongmc 2011. 12. 19.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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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뚝이=기존의 장벽을 허물고 새 장을 여는 사람을 말한다. 독창적인 활동이나 생각으로 사회를 밝히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들이다. 중앙일보는 1998년부터 매년 연말 스포츠·문화·사회·경제·과학 분야에서 참신하게 일한 인물들을 새뚝이로 선정해 왔다.

“IOC 위원 그들의 언어와 미소로 호소”

IOC 녹인 유창한 PT, 겨울올림픽 유치 큰 몫
나승연 평창 유치위 대변인

새뚝이 2011] ① 스포츠 나승연 유치위 대변인이 6일 오후(현지시간) 남아공 더반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 총회에서 평창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반의 보석’ 나승연 평창 겨울올림픽유치위 대변인의 인생은 올해 7월 6일 남아공의 더반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전과 후로 나뉜다. 그의 영어·프랑스어 프레젠테이션은 IOC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그날 자크 로게 IOC위원장은 개최도시로 ‘평창’을 호명했다.

 한 외신기자는 “‘평창의 보석’ 테레사(나 대변인의 영어이름)는 앞으로 무슨 일을 하든 대박 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그는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정계 입문설까지 돌았다. 하지만 그는 광고모델로 얼굴을 잠깐 내밀었을 뿐 조용한 시간을 보냈다.

 그는 변함없이 차분하고 친근하다. 근황을 묻자 “더반 이후의 인생이 너무 달라져 적응하는 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며 웃었다.

 “평창은 제 인생을 바꿨습니다. 훌륭한 분들과 한 팀으로 일하면서 저 스스로 성장할 수 있었어요. 한국인이라는 자부심도 한결 더 강해졌고요. 서울올림픽이 그랬듯 평창올림픽이 모든 국민을 하나로 모으고 한국의 발전상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더반에서 돌아온 뒤 반 년 동안 그의 1순위는 가족이었다. 유치 활동을 하는 동안 지구를 열 바퀴 넘게 돌았고, 남편은 물론 다섯 살 난 아들과도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 그는 “이젠 집에 같이 있을 수 있다고 가족들이 좋아합니다”고 했다.

 내년 초엔 평창유치위에서 일한 경험을 토대로 영어 프레젠테이션 기법에 대한 책도 낼 예정이다.

 초보 야통 류중일  /  사령탑 첫 해 한국 이어 아시아시리즈까지 평정

새뚝이 2011] ① 스포츠
류중일 삼성 감독

류중일
2011년 프로야구는 ‘초보 사령탑’ 류중일(48) 삼성 감독이 평정했다. 삼성은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한국시리즈마저 제패해 2006년 이후 5년 만에 정상에 복귀했다. 한국과 일본·대만·호주 등 4개국 프로리그 챔피언이 참가하는 아시아시리즈에서 한국팀 최초로 우승했다. 류 감독은 ‘야구 대통령’이란 별명을 얻었다.

 류중일 감독은 선동열 전 감독의 사임으로 올해 1월 갑작스럽게 사령탑에 올랐다. 선 감독이 2005년부터 6년 동안 한국시리즈 우승 2회, 준우승 1회 등의 성과를 남겼지만 삼성은 프랜차이즈 스타가 새 바람을 불어넣길 원했다. 24년 동안 삼성에만 몸담은 류 감독은 적임자였다.

 류 감독은 1987~99년 유격수로 활약하며 골든글러브를 두 번 수상했다. 2000년 은퇴, 수비·주루·작전 코치를 두루 거치며 경험과 실력을 쌓았다. 김응용 전 삼성 사장은 “내가 삼성 감독일 때 주인의식이 있는 코치는 류중일뿐이었다. 선동열 감독이 관뒀을 때 누가 감독이 되나 걱정했는데 (류 감독이 부임해) 다행이다 싶었다”고 했다.

 류중일 감독은 승부에는 무섭게 집중하고 선수들에게는 스스럼없이 다가가며 감정을 숨기지 않는 인간적 면모로 독특한 리더십을 발휘했다. 그는 “감독 되고 ‘저 사람 바뀌었네’라는 말을 가장 듣기 싫었다. 선수·코치와 함께 호흡하고 싶었다”고 했다.
 
 두려움 속에 출발한 류 감독은 더 이상 초보가 아니다. 삼성은 막강 투수진이 건재하고, 이승엽이 일본에서 돌아와 타선도 강해졌다. 류 감독은 “2010년대 프로야구는 삼성이 지배할 것”이라며 “올해 우승으로 선수들 모두 자신감을 얻었다. 자신감이 자만심으로 빠지지 않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했다

 

 매번 충격적 기술로 세계적 강자 차례로 뉘어

[새뚝이 2011] ① 스포츠 종합격투기 정찬성

종합격투기 선수 정찬성(25·코리안탑팀)은 스포츠 팬들의 머릿속에 깊이 각인됐다.

 데니스강·추성훈·김동현을 통해 존재를 알린 한국 종합격투기는 정찬성으로 인해 존재감이 뚜렷해졌다. 정찬성은 종합격투기의 메이저리그인 ‘UFC’에서 올해 2승을 거뒀다. 매번 ‘충격적인 승리’였다. 아무도 못해낸 기술을 성공시키고, 세계 최고 수준의 강자를 녹아웃시켰다.

 UFC의 경기장인 ‘옥타곤’은 콜리시엄을 연상시킨다. 거기서 벌어지는 경기는 간단한 사실 하나만 묻는다. 누가 더 강한가. 정찬성은 승승장구했다. 지난 14일(한국시간) 미국 종합격투기 매체 ‘MMA위클리’는 정찬성을 가장 강한 페더급 선수 열 명 가운데 한 명으로 꼽았다.

 1960~70년대, 한국인은 김기수와 홍수환과 유제두에 열광했다. 그 시대를 살아가는 서민은 누구나 전사였다. 삶이라는 이름의 도망갈 수 없는 링에서 가난과 죽느냐 사느냐를 놓고 격투를 벌였다. 김기수와 홍수환과 유제두는 아이콘이었다.

 정찬성은 2010년대 버전의 아이콘이다. 서민들은 더 강한 상대를 맞았다. 팍팍한 현실, 불가능, 좌절, 불안과 글러브를 맞댔다. 지난 3월 26일, 정찬성은 한 차례 대결에서 자신을 이긴 가르시아에게 복수했다. 트위스터라는, 빨래를 쥐어짜는 듯한 새 기술로 항복을 받았다.

 지난 11일에는 강타자 마크 호미닉을 7초 만에 때려뉘었다. 적지인 캐나다에서. 홈 관중의 야유에 굴하지 않고 포효하는 그의 모습은 남아공 더반에서 “엄마 나 참피온(챔피언) 먹었어”를 외친 홍수환을 닮았다. 격투기를 싫어하는 사람도 기뻐했음직한 2011년 최고의 명장면이다.

 

[새뚝이 2011] ② 문화
국회의원 풍자로 강용석 의원에 피소 … 국민 개그맨 등극
개그맨 최효종

최효종
TV 예능 프로그램 홍수 속에서도 속이 뻥 뚫리는 웃음을 맛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올해 개그맨 최효종(25)의 이름이 유난히 빛난 이유다. 그는 남의 눈치를 많이 보는 한국인에게 ‘애정남(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KBS 개그콘서트)’을 선보여 폭발적 반응을 이끌어냈다. 많은 시청자들이 애매한 일이 생기면 ‘애정남’에게 손을 벌리곤 했다.

 최효종은 2007년 KBS 공채 개그맨으로 방송생활을 시작했다. 지난해 ‘행복 전도사’로 무명의 설움에서 벗어났던 그는 올해 ‘축의금은 얼마를 내야 하는지’ ‘여자친구는 어디까지 바래다줘야 하는 건지’ 등 일상 속 고민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애정남’으로 안방극장의 주연으로 올라섰다.

 그는 ‘애정남’에 멈추지 않았다. ‘사마귀 유치원’ 코너에서 날카로운 사회풍자로 또 한번 히트를 쳤다. “전세 구하는 것 어렵지 않다. 월급을 10년 동안 한 푼도 안 쓰고 모으면 된다”는 식이었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막막함으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대변하는 개그였다.

 강용석 의원의 고소는 그를 ‘국민 개그맨’으로 만들었다. 강 의원이 최효종의 국회의원 풍자 발언을 두고 ‘국회의원 집단모욕죄’라 고소했고, 개그콘서트팀은 ‘개그’로 맞섰다. 최효종이 "특정인물이 (시사개그를) 하지 말라고 하면 난 끝까지 할 것”이라고 하자 사람들은 열광했다. 결국 강 의원은 고소를 취하했다.
 
 그 덕분일까. 그가 몸담고 있는 KBS ‘개그콘서트’는 시청률 20%를 넘어서며 주말 대표 예능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새뚝이 2011] ② 문화
서지학자 박병선

박병선
올해 문화재 분야의 가장 큰 뉴스는 돌아온 약탈 문화재다. 병인양요(1866년) 당시 프랑스 군대가 약탈해간 외규장각 도서가 5년 단위 갱신 조건의 영구 대여 형식으로나마 145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왔고, 일본의 궁내청에 소장돼 있던 우리 도서도 환수됐다. 특히 외규장각 도서는 국내에 없는 유일본과 왕이 보던 고급 의궤의 비중이 높아 문화재적 가치가 매우 뛰어난 자료로 평가된다.

 외규장각 도서의 존재를 알린 이가 프랑스 국립도서관(BNF)에서 사서로 근무했던 고 박병선(1929~2011) 박사다. 그는 1979년 외규장각 도서가 프랑스 국립도서관 베르사유 별관에 보관돼 있음을 고국에 알렸다. 외규장각 도서 환수운동에 불을 지핀 그는 결국 이들 도서가 고국 땅을 밟는 모습을 본 뒤인 지난달 말 영면에 들었다

 

[새뚝이 2011] ② 문화
소설가 신경숙

신경숙
소설가 신경숙(48)은 올해 한국 문학의 국경(國境)을 허물었다. 국내에서만 180만부 넘게 팔린 소설 『엄마를 부탁해』 덕분이다. 이 책은 미국·영국 등 31개국에 판권이 팔리며 ‘문학 한류(韓流)’의 가능성을 높였다. 특히 미국 독자의 반응이 뜨거웠다. 올 4월 영문판이 공식 출간되자 뉴욕타임스 등 미국 주요 언론이 대대적으로 신씨의 소설을 다뤘다.

 또 세계 최대 온라인서점 아마존닷컴이 선정한 ‘문학·픽션 부문 올해의 책 베스트 10’에 뽑혔고,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순위에서도 14위(양장본 소설 부문)까지 올랐다. 신씨의 소설은 스페인·이탈리아 등 유럽권은 물론, 일본에서도 출간돼 화제를 모았다. 한국 문학을 세계로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 신씨는 “바깥에서 보니 한국 문학의 힘이 역동적이라는 것을 느낄 때가 많았다”고 했다

 

새뚝이 2011] ② 문화
피아니스트 손열음

손열음
대한민국 클래식 신인류의 탄생. 지난 6월 제14회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이변이 터졌다. 피아니스트 손열음(25)씨가 피아노 부문 2위에 올랐다. 차이콥스키 콩쿠르는 피아니스트에겐 꿈의 대회. 1958년 이 대회가 시작된 이래 한국인 피아니스트로는 최고 등수다. 74년 정명훈이 기록한 성적과 같다.

 손씨를 비롯해 서선영(소프라노), 박종민(베이스), 조성진(피아노), 이지혜(바이올린) 등 ‘코리안 클래식 키즈’ 5명이 주요 부문 상위를 휩쓸었다. ‘클래식 토종’들의 개가라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피 말리는 경쟁 속에서도 과정을 즐겼다는 손씨는 콩쿠르 입상 후 일본 무사시노,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전세계 무대에서 맹활약 중이다. 취미는 음악 듣기와 역사책 읽기. 자기 분야에만 매몰되지 않고, 앞으로도 죽 풍부한 음악을 들려줄 걸로 기대되는 이유다 

 

 새뚝이 2011] ③ 사회
홀로 5만7412㎞ 대양 누벼…무기항·남극 항해 도전 꿈

올해도 한국사회는 요동쳤고 그 여파인지 삶은 때론 힘겨웠다. 하지만 우리 사회엔 꿈과 희망, 용기를 주는 이들이 있어 삶의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요트를 타고 20개월 만에 세계일주에 성공한 윤태근 선장, 영화 ‘도가니’로 추악한 사회상을 폭로한 황동혁 감독, 환경파괴 현장에 과감히 뛰어든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을 ‘2011사회 새뚝이’로 뽑았다.

윤태근 선장

요트를 타고 세계일주에 성공한 윤태근 선장이 19일 부산 해운대 수영만 요트경기장에서 2012년 새해 포부를 밝히며 환하게 웃고 있다. 윤씨는 무기항 세계일주와 남극 항해를 준비 중이다. [송봉근 기자]

요트를 타고 단독으로 세계일주에 도전하는 것은 용기와 항해술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지독한 외로움을 이겨내는 정신력을 갖추고 만만찮은 항해 비용까지 해결해야 하는 고난도 여정이다. 20일 부산 수영만 요트경기장에서 만난 윤태근(49) 선장의 머리카락은 하얗게 세어버렸다. 그가 11.3m(약 37피트)짜리 요트 ‘인트레피드(Intrepid·두려움을 모르는)’호를 타고 수영만을 떠난 것은 2009년 10월 11일. 605일(1년8개월) 만인 올 6월 7일 귀항했다. 요트 단독 세계일주로 한국 국적의 요트가 한국을 떠나 한국으로 돌아온 것은 처음이다. 윤 선장은 부산∼동남아시아∼인도양∼홍해∼수에즈 운하∼지중해∼대서양∼남아메리카∼태평양∼일본∼부산까지 28개국을 거쳐 5만7412㎞를 항해했다.

 그는 2003년부터 요트를 몰고 대한해협을 건너가 한국의 구매자에게 새 요트를 배달하는 운송대행업을 하면서 세계일주 꿈을 키웠다. “요트를 타면서 내가 사는 지구를 한번 돌아보고 싶다는 간절한 꿈이 생겼다”는 게 동기다. 그는 요즘 세계일주 경험을 전파하는 고급 항해교실을 무료로 열고 있다. 희망자를 모아 제주도나 태국 등 장거리 요트 항해도 자주 떠난다. “하나의 꿈을 이뤘으면 새로운 꿈에 도전해야죠.” 윤 선장은 항구에 들르지 않는 무기항 세계일주와 알래스카와 남극 항해를 준비 중이다

 

 

[새뚝이 2011] 6년 묻혔던 장애아동 성폭행 사건, 영화로 세상에 알려

[중앙일보] 입력 2011.12.21 00:04 / 수정 2011.12.21 00:16

[새뚝이 2011] ③ 사회
황동혁 영화감독

법이 바뀌었고 경찰과 대법원이 움직였다. 국회의원 발언이나 시민단체의 운동 때문이 아니었다. 영화 한 편의 힘이었다. 지난 9월 개봉한 영화 ‘도가니’는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다. 이 영화는 광주의 장애인교육기관 인화학교의 교직원 6명이 장애 아동을 성폭행한 실화를 다뤘다. 2009년 공지영 작가가 펴낸 동명 소설이 원작이지만 우리 사회의 이슈로 밀어올린 건 영화 덕분이다.

 황동혁(40) 감독의 치밀한 묘사가 장애인 대상 성범죄의 심각성을 관객들의 뇌리에 깊이 새겼다. 결코 보기 편안한 영화는 아니지만 개봉 이후 2개월간 467만여 명의 관객이 들었다. 황 감독은 “한 번도 당해본 적 없는 이들에게 성폭행은 그저 막연하고 추상적인 단어에 불과하다”며 “실제로 현장에서 당하거나 목격하는 것처럼 생생하게 그린 것이 관객에게 강렬하게 다가간 것 같다”고 말했다.

 황 감독은 2004년 미국 남캘리포니아대학(USC) 재학 시절 만든 작품 ‘미라클 마일’로 미 영화감독조합 학생영화상을 수상하며 영화계에 이름을 알렸다. 2007년 첫 작품인 ‘마이 파더’는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탄탄한 연출력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도가니’ 시나리오를 처음 받아들었을 때 거절했었다는 황 감독은 “사건 발생 후 6년이 걸려도 풀리지 않던 문제가 영화 개봉 후 두 달 만에 해결됐다”며 뿌듯함을 나타냈다

 

 새뚝이 2011] 석면운동장·가습기 살균제 … 문제 있는 곳 그가 있었다[중앙일보] 입력 2011.12.21 00:04 / 수정 2011.12.21 00:16

[새뚝이 2011] ③ 사회
최예용 환경보건센터 소장

일본 원전 사고에서 석면 운동장, 가습기 살균제 논란까지 유달리 민감한 환경 이슈가 많았던 한 해였다. 최예용(46)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늘 그 현장에 뛰어들었다. 일본 원전 사고 한 달 뒤인 4월 중순, 그는 ‘한·일시민조사단’을 꾸려 현지조사에 나섰다. 방사능에 노출될지도 모를 위험을 무릅쓰고 원전 주변 철망까지 접근, 방사능 수치를 측정해 그 실상을 알렸다. 또 전국 10개 초·중·고 운동장을 꾸미는 데 석면이 함유된 감람석이 사용된 사실도 밝혀냈다. 9개 학교가 해당 시설을 뜯어냈다. 서울 잠실 등 프로야구 경기장에도 석면이 사용된 사실을 공개해 각 구장에서 석면을 제거하느라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가습기 살균제가 임산부·유아에게 심각한 폐질환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엔 피해사례 접수와 피해자모임도 이끌었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최 소장을 포함해 상근자가 두 명뿐이다. 하지만 활약은 대단해 올해만 33건의 조사보고서를 냈다. 그는 “힘들긴 하지만 환경오염·피해 실태를 알려야 한다는 의무감에 뛰고 있다”고 말했다

 

 

 장인들 ‘감’으로 만들던 국새에 첨단과학 접목

[새뚝이 2011] ④ 과학·의학
도정만 KIST 박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도정만(52·재료공학) 박사는 ‘국새(國璽) 박사’로 통한다. 실무 제작 총책으로 10월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제5대 국새를 성공적으로 제작하면서 얻은 별명이다.

그는 합금 제조 등 재료를 20여 년 연구해 왔다. 제3대 국새 기획과 보수에도 참여했다. 이래저래 국새와 인연이 깊다. 제5대 국새는 그동안 장인들의 감(感)으로 만들어오던 국새 제조 관행에 첨단 과학의 옷을 입힌 첫 사례다. 조선시대를 포함해 역대 국새 사상 처음으로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규격을 먼저 설정하고 제작을 시작했다. 정교하고 복잡한 봉황 조각으로 이뤄진 국새 손잡이와 글자를 하나의 통주물로 제조한 기록도 세웠다. 국새를 발주한 정부에서 실패를 우려해 기준을 낮춰주려 했으나 그는 보란 듯이 당초의 규격을 맞춰냈다.

 

 

원숭이에 돼지 췌도 이식, 면역거부반응 없애 


[새뚝이 2011] ④ 과학·의학
박성회 서울대 교수


서울대 의대 병리학교실의 박성회(64) 교수는 정년을 1년 앞둔 원로 학자다.

내로라하는 주당(酒黨)이 많은 의료계에서도 손꼽히는 애주가다. 스스로도 “내가 평생 배우고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면역학 연구와 소주 마시는 것뿐”이라고 말할 정도다. 그런 그가 올해 큰 쾌거를 이뤄냈다.

 당뇨병에 걸린 원숭이에게 돼지의 췌도(膵島, 인슐린 분비 기능) 세포를 이식해 병을 말끔히 치유한 것이다. 평생 안고 살아야만 하는 병으로 여겼던 당뇨병의 완치 가능성을 보여준 성과였다. 국내에만 350만 명에 달하는 당뇨병 환자가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주목하는 이유다.

 박 교수가 이룬 성과 중 가장 두드러진 건 다른 동물의 장기를 주고받는 이종(異種)이식 분야에서 최대 걸림돌이었던 이식거부반응 문제를 해결한 점이다.
 
그는 면역조절항체 요법을 개발해 원숭이의 면역 체계를 일시적으로 바꿈으로써 돼지 췌도가 원숭이 몸속에서 잘 뿌리내릴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동종(同種) 간의 이식에서도 극히 드문 일로 이종 이식에선 세계 최초다.

박 교수의 최종 목표는 돼지 췌도를 당뇨병 환자에게 이식해 안착시키는 것이다. 인간 당뇨병을 완치하는 단계까지 가려면 적어도 2~3년은 더 연구해야 한다. 그래서 일부에선 그의 정년 연장까지 거론한다. 그는 “내년 1월 중에 또 하나 크게 터뜨릴 것이 있다”며 “올해 것보다 더 세다”고 귀띔했다.

 

 ‘배 속 미생물이 인슐린 분비 조절’ 처음 규명

[새뚝이 2011] ④ 과학·의학
이원재 서울대 교수

서울대 생명과학부 이원재(44) 교수는 생명체가 장(臟) 내 미생물과 공생하며 살아가는 원리를 분자적 수준에서 밝혀내고 있는 세계적 전문가다. 남이 잘 거들떠보지 않던 장 내 미생물과 숙주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연구해 이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11월에는 장 내 미생물이 숙주의 인슐린 분비를 조절해 대사와 성장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낸 바 있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됐다. 그는 숙주와 장 내 미생물의 공생 관련 연구로 2005년부터 올해까지 사이언스에만 논문 3편을 발표하는 기염을 토했다. 대부분의 과학자는 평생 한 편도 이 학술지에 논문을 싣기 어렵다. 그는 실험 동물로 쥐와 토끼를 사용하지 않고 비교적 간단한 초파리를 사용하는 독창적 연구방법을 고안했다. 그래서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훌륭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이 교수는 “앞으로 인간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맞춤형 장 내 세균을 개발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새뚝이 2011] ④ 과학·의학
석 선장 치료 계기 중증외상센터 설립 앞당겨

올해 과학·의학계에선 국민들의 관심을 끄는 사건이 유독 많았다. 박성회 서울대 의대 교수는 돼지 췌장을 이용해 당뇨병의 완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국종 아주대 교수는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을 살려내 환호를 받았다. 최첨단 기법으로 5대 국새를 만들어낸 도정만 KIST 박사, 장 내 미생물 연구의 대가인 이원재 서울대 교수도 빼놓을 수 없는 과학·의학 분야의 ‘새뚝이’다.


이국종 아주대 교수

올해 가장 주목받은 의사를 꼽는다면 단연 이국종(42·외상외과) 교수다. 그는 아주대병원 중증외상특성화센터장을 맡고 있다. 올 초 소말리아 해적 소탕작전 당시 중상을 입은 석해균(58) 삼호주얼리호 선장을 살려냈다. 이 교수는 총상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외상외과 전문의로 단연 국내 최고다.

 그는 열악한 중증(重症)외상환자 응급의료 체계의 문제점도 끊임없이 제기했다. 그 결과 올해 중증외상환자가 발생하면 5분 안에 출동가능한 전용헬기 ‘에어 앰뷸런스(Air Ambulance)’ 두 대가 인천 가천의대 길병원과 전남 목포 한국병원에 배치됐다. 전국 단위의 중증외상센터 설립계획도 발표됐다. 이 교수가 국내 응급의학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최근엔 이 공로로 국민포장도 받았다. 1969년 서울 출생으로 95년 아주대 의대를 1회(88학번)로 졸업했다. 그동안 석 선장을 비롯해 중증외상환자 1300여 명을 치료했다.

 

2011] 카톡 김범수 … 아반떼 돌풍 김세일 … 유럽 ‘구원투수’ 라가르드[중앙일보] 입력 2011.12.23 00:23 / 수정 2011.12.23 00:23

[새뚝이 2011] ⑤ 경제

미국의 경기 위축과 유럽 재정위기. 거기에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의 특허 소송전까지. 세계 경제가 혼돈과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든 한 해였다. 하지만 난세일수록 영웅이 나오는 법. 3300만 스마트폰 사용자를 휘어잡으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위력을 더한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현대·기아자동차 글로벌 돌풍의 주역 김세일 현대차 연구개발본부 설계 1실장, 유럽 재정위기의 새로운 소방수로 등장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를 경제 분야 새뚝이로 선정했다.


가입자 3300만 명 … SNS도‘신토불이’입증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국내에서 스마트폰 열풍을 타고 가장 성공한 애플리케이션(앱)은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이다. 이를 만든 업체 ‘카카오’의 김범수(45) 이사회 의장은 한게임을 설립한 국내 인터넷 업계의 거물이다. 카카오톡으로 화려하게 돌아온 그를 빼고 올해 정보기술(IT) 분야를 이야기할 수 없다.

 지난달 18일 서울 역삼동 카카오 본사에 150명의 직원이 모두 모였다. 카카오톡 가입자가 3000만 명을 넘어선 것을 자축하기 위해서다. 현재 가입자는 3300만 명에 달하고 그 가운데 20%는 해외에서 카카오톡을 쓴다. 한국어뿐 아니라 영어·일어·중국어 등 12개국 언어로 서비스하고 있다.

 카카오톡은 “인터넷 접속이 되는 모바일 기기가 늘어나는데, PC에서처럼 무료 메신저를 쓸 수 없을까” 하는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2007년 NHN을 나와 새로운 아이템을 찾던 김 의장은 2009년 미국에서 아이폰 열풍을 체험했다. 그해 말 국내에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본격적인 스마트폰 시대가 열렸다.

데스크톱이나 노트북 이용자들은 MSN 메신저나 네이트온 등을 많이 이용했지만 스마트폰에서는 일반폰처럼 유료인 문자메시지를 주로 쓰는 형편이었다. 이 틈을 카카오톡이 파고들었다. 전화번호부에 있는 사용자들이 자동으로 대화 상대로 등록되고, 간편하게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기능은 큰 관심을 끌었다. 아이폰에 이어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를 비롯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쏟아져 나오며 카카오톡은 순식간에 모바일 메신저 분야를 장악했다. 이젠 하루 8억 개의 메시지가 모바일 기기 사이를 날아다닌다.

 김 의장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한게임 때도 그랬다. 서울대 대학원(산업공학)을 졸업한 그는 1992년 삼성SDS에 입사해 PC통신 ‘유니텔’의 개발과 운영을 맡았다.

그 과정에서 인터넷의 잠재력을 읽었고 온라인 게임업체인 한게임을 차렸다. 카카오톡 역시 남들보다 빨리 모바일 메신저의 가능성을 깨달았을 뿐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창우 기자


잭슨홀 미팅서 “세계 경제위기” 진단 인정받아

라가르드 IMF 총재


대공황 이후 최대 위기다. 미국 금융위기에 이어 유럽 재정위기가 벌어지고 있다. 경제 정책 담당자뿐 아니라 경제학자들이 비상이다.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런 와중에 올 7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자리에 경제학을 모르는 인물이 앉았다. 프랑스 출신 크리스틴 라가르드(55)다. 그는 법학과 정치학을 공부했다. 청소년기엔 수중발레 선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몇몇 사람은 우려를 표했다. 보수적인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는 “엄중한 시기에 비전문가가 세계 구제금융 사령관이 됐다”고 말했다. 그래서 적잖은 사람은 그가 모국 프랑스와 재정위기국의 충실한 대리인으로 조용하게 처신할 것으로 봤다. 그가 발언한다고 해도 노회한 IMF 참모가 써준 글을 읽는 선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라가르드는 올 8월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세계 중앙은행 연찬회(잭슨홀 미팅)에서 목청을 돋웠다. “세계 경제는 새로운 위험 국면에 들어섰다”고 선언했다. 유럽 재정위기가 급격히 악화하고 전염될 것이란 경고였다. 잭슨홀 현장에선 IMF 총재답지 않은 경솔한 발언이란 비판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후 유럽 위기는 그리스 국경을 넘어 이탈리아·스페인으로 전염됐다. 경제 현실이 그의 발언이 옳았음을 확인해준 셈이다.

 최근 라가르드는 다시 목소리를 키웠다. “세계 경제가 1930년대 대공황 같은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강남규 기자


28개월 탄생 과정 진두지휘, 북미서 20만 대 판매

김세일 현대자동차 상무


북미 지역 20만 대 판매 돌파, 북미 올해 최고의 차 최종 후보 선정, 미국 컨슈머리포트가 뽑은 ‘가장 우수한 소형차’, 미 모터트렌드 선정 ‘준중형급 1위 차량’ ….

 이 성과들은 모두 현대자동차의 신형 아반떼(아반떼MD)가 올 한 해 이뤄낸 것들이다. 올해 현대·기아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을 10%에 육박하게 만든 1등공신이 아반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올 들어 10월까지 누적 판매 10만 대를 돌파하며 ‘베스트 셀링 카’자리를 예약했다.

 이 같은 아반떼 ‘돌풍’ 뒤엔 현대차 연구개발본부 설계 1실장인 김세일(53) 상무가 있다. 2008년 4월 신형 모델 개발부터 지난해 8월 출시까지 28개월간의 아반떼 탄생 과정을 주도한 인물이다. 그는 “아반떼 개발 과정은 그 자체로 도전의 과정이었다”고 되돌아봤다.

 그는 현대차가 세계 시장에서 성공하게 된 비결에 대해 “한마디로 기본에 충실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디자인 등 겉으로 드러난 부분만 독창적이면 뭐 하나. 충돌 시 안전성, 소음·진동, 연비, 내구성, 핸들링 등 기본적인 5대 성능이 완벽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1983년 현대차에 입사해 28년간을 연구소에서 근무한 그는 천생 ‘엔지니어’였다. ‘아반떼 성공으로 보너스가 두둑할 것 같다’고 하자 “엔지니어는 고객들이 좋다는 것만으로 만족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가영 기자

 

◆새뚝이=기존의 장벽을 허물고 새 장을 여는 사람을 말한다. 독창적인 활동이나 생각으로 사회를 밝히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들이다. 중앙일보는 1998년부터 매년 연말 스포츠·문화·사회·경제·과학 분야에서 참신하게 일한 인물들을 새뚝이로 선정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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